
판소리, 왠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았는데…

사실 저는 판소리 하면 되게 옛날 노래 같고,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고, 한참 듣다 보면 졸릴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거든요. 그래서 ‘한번 제대로 들어나 볼까’ 하고 시작했다가 깜짝 놀랐잖아요.
근데 이게 또 그냥 듣는 거랑, ‘아, 이건 이런 내용이구나’ 하고 딱 알고 들으면 재미가 확 달라지는 거예요. 특히 제가 이번에 정주행하면서 느낀 건, 옛날 이야기인데도 지금 우리 삶이랑 연결되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였어요.
가장 먼저 ‘춘향전’을 택했던 이유

제일 유명하니까, 제일 만만할 것 같아서 ‘춘향전’부터 시작했어요. 다들 아는 이야기잖아요, 변학도 때문에 춘향이가 고생하고 이몽룡이가 춘향이 구하러 오는 거.
근데 소리꾼이 이걸 막 신나게, 때로는 애절하게 풀어내는데, 그냥 ‘춘향전’ 줄거리를 읽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. 특히 춘향이가 옥에서 지조를 지키면서도 '내 팔자가 왜 이럴까' 하고 한탄하는 부분에서, 괜히 제가 다 짠해지고… ‘아,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구나’ 싶었어요.
‘심청전’, 효녀 이야기인데 눈물 쏙 뺐어요

그다음엔 ‘심청전’을 들었는데, 이건 진짜…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 콧물 다 뺐어요. 아빠 심봉사가 눈 뜨게 하려고 심청이가 용왕님께 제물로 바쳐지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, ‘세상에 이런 일이…’ 하면서 같이 울었어요.
근데 또 심청이가 살아 돌아와서 잔치 벌이고,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는 그렇게 기쁘고 후련할 수가 없는 거예요. 효와 희생에 대한 이야기인데, 그냥 착해야 한다!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슬픔과 기쁨이 있는지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고요.
‘흥보가’, 웃음 폭탄 터졌어요!

앞선 두 작품이 좀 진지했다면, ‘흥보가’는 그냥 소리 내면서 웃었어요. 가난한 흥보와 부자 놀보 형제 이야기인데, 흥보가 박 씨앗 하나 얻어서 대박 나는 과정이 정말 코믹하거든요.
특히 박에서 온갖 신기한 것들이 쏟아져 나올 때, 소리꾼이 그걸 묘사하는 게 어찌나 생생한지. ‘아니, 이런 상상력이?’ 싶으면서도, 욕심 부리면 결국 망한다는 교훈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. 옛날 이야기인데도 ‘딱 우리 옆집 이야기 같다’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더라고요.
결국, 판소리는 ‘이야기’였어요

하나씩 듣다 보니, 판소리가 그냥 옛날 노래가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걸 알겠더라고요. 사랑, 슬픔, 효, 욕심, 정의… 우리가 지금 느끼는 감정들이랑 똑같은 거예요.
저는 판소리 정주행을 통해 옛날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지혜를 엿볼 수 있었어요. 조금 어렵게 느껴져도, 한두 작품만 제대로 들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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